길은 참 묘하다. 수많은 발자국을 찍게 하면서도 무언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말하지 않아도 내어진 길이 인도인지 차도인지 산길인지 들길인지 또는 골목길인지 척 하고 아는 것을 보면 말이다.오늘도 골목길과 큰 도로의 인도를 걸으며 만약 이 길이 없

전민일보   2015-08-21

지인으로부터 꽃 한 다발을 선물 받았다. 좀 더 오랜 시간 꽃을 시들지 않게 보존하려고 화병에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담아 꽃꽂이를 했다. 아직 피지 않았던 꽃봉오리가 화병의 물을 빨아올리면서 꽃잎을 활짝 열고 피어난다. 꽃이 활짝 핀 화병을 시선이 잘

전민일보   2015-08-19

건국대학병원 송명근 교수는 6년 전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은 뒤 사회 환원을 명시한 유언장을 쓰고 이를 공증해 놓았다. 아들과 딸에게는 각각 3억 원의 결혼과 전세 비용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전민일보   2015-08-18

어렸을 때 즐겨하는 놀이가 딱지치기였다. 친구 가운데 종철이는 우리보다 체격이 훨씬 크고 힘이 셌다. 공 멀리던지기를 잘하여 시내에서 치르는 시합에 나가 늘 1등을 했다.그래서 종철이와 딱지치기를 하면 밤새 접은 딱지를 모두 잃었다. 힘으로 결코 대적

전민일보   2015-08-17

땅속에서 굼벵이로 7∼8년을 살다가 성충으로 우화하여 여름을 보낸다. 빠른 매미는 2∼3년 동안, 어느 굼벵이는 13∼17년까지 땅속에서 산다. 여름은 매미의 세상이다. 정원수나 가로수 가지에 달라붙어 신나게 여름을 노래한다. 쨍

전민일보   2015-08-11

우리 속담에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상대가 속지 않을 어설픈 행동을 하려는 짓을 의미한다. 아웅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자기 눈을 가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 자신을 고양이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즉 잘못을

전민일보   2015-08-07

육군 대령 이종명은 오는 9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1983년 소위로 임관한 이후 32년 동안의 군 생활을 정리하게 된다.2000년 6월 어느 날 파주 지역 DMZ 수색작전에 나갔던 이종명 대대장은 지뢰를 밟아 두다리를 잃었다. 임무를 후임자에게 인계

전민일보   2015-08-04

주일 아침, 군 소재지에 살면서 시내에 있는 교회에 가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요즘 독한 피부약을 먹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된 기분이다.조그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교회 가는 시간이 늦어졌다. 원활했던 차량 흐름이 시내에 들어서자 꽉

전민일보   2015-07-31

그리스는 지난 6월 30일 15억 유로 규모의 만기 IMF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7월 6일 시행된 구제금융 최종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는 반대가 61%로 나왔다. 그리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인들이 주시하고 있다.그리

전민일보   2015-07-27

하루 세 끼 밥을 먹을 때마다 젓가락질이 서투르거나 숟가락질을 잘못하여 밥을 떨어뜨릴 때가 있다. 이 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실수하여 식탁이나 밥상에 떨어뜨린 밥을 지저분하다고 여기고 버린다. 쌀이 귀했던 가난한 시절에는 쌀 한 톨이나 밥알 한 개를

전민일보   2015-07-24

지난 봄날이었다. 각종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수목원 산책길에서 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가 유난히 눈길을 끌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마치 꽈리모양의 주머니처럼 보이는 갈색 꼬투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벌어진 꼬투리 안에는 흑진주처럼 까맣고 동그

전민일보   2015-07-23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데 춥다고, 더운 날이라고 손을 놓을 수 없다. 그것은 사치다. 어릴적 나의 어머니는 ‘더운밥, 찬밥을 가려선 안 된다.’ 고 당부하시곤 했다. 더운 날, 추운날, 모진 바람이 부는 날을 가려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을 고른다

전민일보   2015-07-20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초청 국정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대통령이 주재한 오찬간담회에서 조충훈 순천시장이 쏟아낸 인사말이 화제다. 보도한 내용 가운데 “대통령님의 환한 미소와 희망찬 모습에서 우리 모든 국민이 매우 행복해하

전민일보   2015-07-17

왜 우리는 여름이 되며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늘 불안 불안해야만 하는지……. 재작년 7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해양캠프에 참가한 공주 모 고등학교 학생 다섯 명이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는 참변이 발생했었다.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전민일보   2015-07-13

수의(壽衣)는 염습(殮襲)할 때 시신에 입히는 옷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염습제도를 도입한 것은 3∼4세기경이다. 「예기」영향을 받기 시작하였지만 고려 말 주자학을 도입한 이후 14세기부터 주희가 쓴 「가례」를 조선시대 예를 정하는 기준으로

전민일보   2015-07-08

비 꽃이 하나둘 드는가 싶더니 뒷전보는 새 함초롬히 흙이 젖어 자작자작하다.물 맞은 무명초가 빗물을 털어내며 곤댓짓 할 즈음 건중건중 매다 만 뙈기밭을 손질했다. 딱히 심을 씨앗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지나던 아무개가 무예라 하는 것도 아니건만 꼭 두

전민일보   2015-07-06

모래내 시장 갓길에 차를 세웠다. 푸성귀를 사러간 아내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날씨가 무더워 에어컨을 켰다. 한 2~3분쯤 지났을까 어느 할머니가 차문을 두드렸다.“당신은 시원해서 좋을 런지 모르겠지만…….”퍼뜩 정신이 들었다.

전민일보   2015-07-02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텃밭에서 먹음직스럽게 자랐을 상추와 부추는 제 모습 뿐만 아니라 맛까지 잃었다. 쑥갓은 생육환경이 열악해지자 서둘러 꽃을 피워버렸고 근대는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맛을 내지 못해 나물을 무쳐놔도 질겨서 씹기 힘들

전민일보   2015-06-25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대응에 허둥지둥 지체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이 거세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첫 확진 환자의관리에 소홀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병원 공개가 늦어지면서 메르스 괴

전민일보   2015-06-22

얼마 전 동호회 회원 한 사람이 전화를 했다. 내용인즉 지난번 회의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말을 못했지만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회의할 때 분명하게 말을 하지 그랬냐고 하자 집행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다고 했다.

전민일보   201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