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호회 회원 한 사람이 전화를 했다. 내용인즉 지난번 회의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말을 못했지만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회의할 때 분명하게 말을 하지 그랬냐고 하자 집행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있었다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이미 결정한 것을 개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번복할 수 없지 않느냐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런 일은 공적인 모임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교회에서 당회나 재직회를 할 때 공식적인 회의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동의했다가 회의가 끝난 후에 문제를 삼는 사람을 자주 보았다. 지식인이라는 교수도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뒷담화는 뒤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 행위나 말을 일컫는다. 흔히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용기가 없거나 문제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사회는 역사적으로 토론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제치하와 6.25라는 민족적 비극을 겪은 이후 비민주적인 군사정권이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표현할 자유조차 통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교육은 입시를 위주로 한 교육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토론자체가 들어 설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방송은 교양이나 토론프로그램보다 오락이나 드라마 위주로 편성하여 시청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뒷담화가 많은 사회는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결의한 것도 뒷담화 때문에 번복하거나 취소하는 것을 종종 본다.

우리지역 전주는 한 때 투서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모 회사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는 동향 출신 지인을 만날 때마다 개인적으로 토로한 것이 있다. 회의 때 다수결로 결정한 내용뿐만 아니라 만장일치로 결의한 내용마저도 뒤에서 트집을 잡거나 문제를 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속력이 저해되고 동료에 대한 불신이 생겨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사람이 사는 세상 어딘들 일사불란하게 하나가 되는 곳이 있을까마는 자신이 속한 조직을 민주적 조직으로 튼튼하게 만들려면 뒷담화를 없애야 한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공적인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히되 설령 받아들이지 않았다 할지라도 결의한 대로 따르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가져야 한다.

「자유론」을 쓴 ‘밀’은 “아흔아홉 사람이 한 사람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한 사람이 독재자가 되어 아흔아홉 사람 의견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다수 의견이 항상 선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 의견도 경청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성숙한 민주사회이다.

뒷담화 속에는 불만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 몸에 있는 혈관이 막혀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하다. 마찬가지로 공적인 자리에서 소통하지 않고 뒤에서 이야기하면 조직이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분쟁을 낳는 씨앗이 된다.

우리사회에 뒷담화 문화를 없애려면 우선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어떤 발언이든 자유스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누구든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나 정책에 대해 비판하되 비난해서는 안 된다.

뒷담화보다 앞담화가 활성화된 조직이나 사회가 다소 소란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여 더 성숙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