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달래와 냉이를 캤다. 뿌리가 깊어 조심스럽게 호미질을 해서 캐내었다. 뿌리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내고 물에 담가두었다가 맑은 물이 날 때까지 여러 번 헹구어 바구니에 담았다. 이파리보다 더욱 긴 뿌리를 보며 상념에 잠겨본다.봄의 전령으로피어나기

전민일보   2015-04-08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이 시는 ‘김상용’이 쓴 「남으로 창을 내겠소」이다. 전원에

전민일보   2015-04-03

“밥공기들/옹기종기 모여/숟가락 젓가락 아웅다웅한 건/언제였을까/김치찌개에 /숟가락 부딪히던 사람들/낙엽처럼 하나둘 사라진 건/언제부터였을까 /서걱거리는 입속의 밥알/빈 의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이병길; 밥을 먹는다)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전민일보   2015-03-31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은 무궁화에 대해 별로 특별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것이 매우 신기했다. 한복과 같은 전통적인 것 이외에는 무궁화 무늬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무궁화 프린트의 옷이라든지 가방 같은. 시나 노래

전민일보   2015-03-30

밤새 촉촉이 비가 내려 포도 위에 봄의 주단이 깔렸다. 약간 검은 듯 내리깔린 주단길은 어두운 색감인 동시에 붉은빛이 돌아 힘 좋은 머슴의 근육질만큼이나 자극적이다. 행여 그 힘이 내게 전해질까, 오감을 열고는 괜스레 과한 몸짓을 하며 아침 걷기를 해

전민일보   2015-03-24

학교에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예배를 드린다. 다 참석할 수 없어 두 번 정도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편이다. 성경적 지식이 부족하여 설교내용을 다 알아듣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설교자가 사용하는 어휘나 문장은 귀에 잘 들어온다.이 가운데 대표적인 어휘가 ‘

전민일보   2015-03-23

일본의 온천에서 파는 ‘온천달걀(?泉卵)’을 아시나요?계란을 온천물에 담가 삶은 계란이지만, 보통의 따뜻한 물로 데친 것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달걀의 흰자가 노른자보다 부드러운 것이다. 그것은 계란을 온천에 넣어 두면, 계란이 내부로부터 익기

전민일보   2015-03-16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 8. 22.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입법예고하였고, 2013. 8. 5. 정부제안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였다.위 법안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고, 직무관련성 여부나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공직자

전민일보   2015-03-13

지표(指標)는 어떤 사물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는 표적이나 표지를 일컫는다. 경기지표, 소비지표, 건강지표, 고용지표, 통화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표가 있다.지난 1월 1일부로 시중에 판매하는 담배 값을 4천 원대로 인상하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전민일보   2015-03-12

K형.왕소군(王昭君)이라는 여인 아시지요? 성은 왕(王)이고 이름은 장(?)인데, 자(字)가 소군(昭君)이어서 왕소군이라고 불리다보니, 남자라고 착각하기 쉬운 여인이지요. 게다가 임금을 뜻하는 글자가 이름 앞뒤에 붙어있어 무슨 왕족처럼 들릴 대도 있고

전민일보   2015-03-06

시골의 오일장은 뭐랄까, 풀솜할머니 같다. 봉창 깊이 가무려 넣은 손주의 주전부리처럼, 좌판 여기저기 알맞은 영역만큼 잡다한 물건을 풀어놓았다.春風 맞은 남새, 묵은 곡식, 봄 병아리, 뻥튀기, 모양 없이 몫 지은 해산물 그리고 교태 품은 봄꽃들. 나

전민일보   2015-03-04

요즘은 졸업식을 졸업장 수여식이라 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좀 의아하다. 졸업은 교육과정에 의하여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의식이다. 졸업하는 의식이니 졸업식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졸업식은 단순히 졸업장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고

전민일보   2015-03-02

올해도 설날은 끝났다. 그렇게 큰일은 없었는데도 끝나 보면 대단히 피곤하다. 한국 주부의 “명절”이라는 말은 거의 “스트레스”와 동의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 명절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종류가 다양하면서 양까지 많다.일본의

전민일보   2015-02-26

최근 유행하는 은어 가운데 ‘썸타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관심 있는 이성과 잘 되어 가다는 말이다. ‘썸남썸녀’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서로 사귀기 전 단계에 있는 남녀를 일컫는다. ‘썸남썸녀’라는 말은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은어이다.우리나라 초

전민일보   2015-02-17

지난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논쟁을 촉발한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경제협력기구(OECD)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처음으로 불평등 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전민일보   2015-02-13

한국 사람들은 “예뻐 죽겠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반대로 “미워 죽겠다”라는 말도 잘 듣는다.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인 “예쁘다”, “밉다”에 “죽겠다”라는 동사를 붙이는 것으로 그 감정을 더욱 강조하는 표현인 것은 분명하다. “매우 예쁘다”,

전민일보   2015-02-12

회고록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적은 것이다. 회고록을 집필한 사람은 대개 정치인이나 기업 CEO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집필하는 강좌를 개설하여 인기이다.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전민일보   2015-02-09

을미년 청양띠라며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느 해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해가 없지만, 지난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말하기조차 싫은 세월호 사건 하나만 들먹여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전민일보   2015-02-06

젊은 어머니는 이불홑청을 만들 커다란 천을 안방 윗목에서부터 아랫목까지 펼친 후 반으로 접었다. 일곱 살의 나에게는 아랫목으로 내려가 반으로 접은 천의 말미를 꽉 붙잡고 있으라고 이르고 어머니는 저만치 윗목에서부터 커다란 재단가위로 날렵하게 천을 자르

전민일보   2015-02-03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접해 각종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지금의 10대를 우리는 ‘디지털 키즈’라고 부른다.지금 우리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컴퓨터에 로그인만 하면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아무런

전민일보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