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대응에 허둥지둥 지체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이 거세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첫 확진 환자의관리에 소홀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병원 공개가 늦어지면서 메르스 괴담이 빠르게 유포된 것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국민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설명해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민들은 불안하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진다. 메르스 사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골든타임이란 긴박한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가장 중요한 1∼2시간을 말한다. 이것은 사고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책이나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심폐소생술의 경우 최초의 5∼10분이며,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일어났을 때는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 골든타임은 황금시간대라는 의미보다 사고에 대응하는 여유 시간을 의미하는 일이 많아졌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메르스 14번 환자가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 같은 병동에 지낸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5월 27일∼29일 사이에 질병관리본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분담하여 확진 판정 시간을 단축했다면 삼성서울병원 발 2차 확산은 막을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 이종옥 박사는 말했다. “새로운 전염병은 나중에 희생자가 예상보다 적어 욕을 먹더라도, 지금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널리 알려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지도자는 뒷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1번 환자가 내원한 병원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 의심 증상을 보고했지만, 3∼4차례 묵살되어 확진까지 하루 반이 늦어졌다. 조기 차단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정부의 병원 공개도 너무 늦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가 의료후진국임을 드러냈다. 민주화 이후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철밥통주의가 심해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 정부가 가장 못 하는 게 바로 초동대처다. 상황판단을 못 하니 결단을 못 하고, 대처가 늦어져 해법이 한 발씩 뒤처진다.

처칠은 말했다. “그들은 결단력을 표방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용단을 말하면서 우유부단하며, 철석같은 결의가 있다면서 비틀거리지만, 무능한 점에서는 전능하다.”

메르스 확진자 발생 당일 환자가 방문했던 병·의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병원의 반대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여 사태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이 무겁고 가벼운지, 무엇이 급하고 그렇지 않은 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행정 탓이다.

리더십은 행정의 골든타임에서 결정되고 골든타임의 성패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시작한다. 메르스사태를 거울삼아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하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