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체장의 역할 개선 모색해야

 공직을 떠나는 부시장의 ‘조직 갈등’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S모 씨는 최근 부단체장으로서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그런데 그가 청원들에게 전자 메일을 보낸 것이 화근이다.
 메일을 그대로 적어보면 “3년 반 동안 구내식당 밥만 축내고, 틀린 글자 몇 개 고친 일 이외에는 아무런 한 일이 없이 떠나게 됐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어 그는 부단체장으로 일하는 동안, 38년 간 공직자로 일하면서 지켜왔던 자존심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고도 술회했다. 부단체장의 위상이 별것 아님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2-4급에 해당하는 고급인력이 구내식당 밥만 축냈다는 표현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로서도 꼭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니었기에 그런 술회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더욱이 ‘갈등과 분열의 수렁 속에서...’ 운운한 대목은 공직사회의 일면을 엿보는 것 같아 석연찮은 감마저 든다. 공직사회라면 국민의 공복들이 모인 사회일진대, 이들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만연한 상태라면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선 시대 들어 부단체장은 ‘대독 맨’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단체장을 대신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연설문을 대독하는 일이 허다한 실정이라고 한다. 지역 발전에 매진해야 할 고금 인력이 부단체장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행사 참석과 단체장 업무 대리 등의 제한적인 업무에만 매달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좀더 창의적인 일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또 부단체장이 공로연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나이 든 공직자들이 퇴임 전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치부되는 관행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젊은 고위 공직자들은 이 때문에 군 단위의 부단체장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까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개선돼야 할 대목이라는 게 좀더 분명해진다. 차제에 부단체장 위상 약화에 대한 논란을 통해 개선될 것은 개선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