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처음 가져와봤어요, 색다르고 재밌어요”, “재밌긴 하지만 엄마가 힘들대요”

지난 9일 오후 12시, 전주의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김밥으로 대신했다. 학급별로 짜장면을 먹기도 하고, 조리 실습이 있었던 학급은 삼겹살을 굽기도 하는 등 학교가 들썩거렸다.

이 같이 학생들이 도시락을 지참하게 된 것은 학교비정규직 노조원들의 파업 때문이다.

이 초등학교의 경우 11명의 학교 급식 종사원이 있지만 이들 모두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급식이 중단됐다. 다행히 파업이 사전예고 되면서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안내해 큰 혼란은 없었다. 또한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무실무사 2명이 급식소에서 직접 끓인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했다.

파업이 하루만 진행됐기 때문에 교육당국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파업 장기화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들도 갖고 있었다.

도시락을 싸온 한 학생은 “엄마가 가정통신문을 보더니 많이 당황해했다”며 “급하게 장을 보고 오늘 도시락을 싸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니 맛도 있고 좋지만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전북지역 학교는 총 74개 학교다. 초등학교 53곳, 중학교 15곳, 고등학교 6곳으로 전체 급식학교 764곳 중 9.7%에 해당된다.

이들 학교 중 20개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시락 지참을, 44개 학교는 빵과 우유 등 대체식을 이용하도록 했다. 나머지 10개 학교는 단축수업을 실시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파업이 하루만 진행됐기 때문에 큰 혼란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며 “만약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학부모들의 원성이 클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날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 파업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학교는 일반사업체와 달라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직원들의 처우개선, 신분안정을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며 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전북교총은 “임금체계, 고용안정, 근무여건 등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재정여건을 고려한 점진적인 개선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