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5월 미당 서정주(1915~2000)시인이 동국대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쓴 미발표 축시가 공개됐다.

 동국대학교는 개교 백주년 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1일 오전 11시 본관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국대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란 제목의 서정주시인의 축시를 포함, 당시 ‘동대신문’에 실렸던 미당의 모교 개교 62주년 기념 축시 ‘우리 고향 중의 고향이여’를 공개했다.

 ‘동국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1996년 5월에 未堂(미당) 徐廷柱(서정주)’라 붙여진 이 시는 다음과 같다.

 ‘國仙花郞道(국선화랑도)와 佛敎(불교)의 원만한 統合精神(통합정신)을 이어 받아서/新羅(신라)의 三國統一(삼국통일)의 힘을 그대로 계승해서/’햇빛 밝은 동쪽의 아침나라‘라는 뜻으로/東國大學校(동국대학교)라는 이름을 지녀 내려온/우리의 떳떳한 敎育(교육)의 殿堂(전당)이여!//1910년 엉터리 日本帝國(일본제국)의 强壓(강압)으로/못난 李王朝(이왕조)는 日本(일본)에 合倂(합병)되어 버렸지만,/日本佛敎(일본불교) 曹洞宗(조계종)이 우리 佛敎(불교)까지를 合倂(합병)하려하자/우리의 朴漢永(박한영), 韓龍雲(한용운)스님은 나서서 맹렬히 반대해/이것까지는 못하게 막어냈나니,//韓龍雲(한용운)스님으로 말하면/1906년에 開校(개교)한 우리 東國大學校(동국대학교)의/第一回(제1회) 卒業生(졸업생)이고,/朴漢永(박한영)스님은 또/우리 학교 草創期(초창기)부터의 참 좋은 敎授(교수)님 아니신가?//1919년에 3·1운동이 일어나자/33人(인) 중의 한분인 한용운 스님 밑에서/우리 東國大(동국대) 學生(학생)들은 각지로 나뉘어져 이 일을 이루어냈나니,/그들 중의 金法麟(김법린), 白性郁(백성욱)같은 학생은/해방 후 우리 大學校(대학교)의 한때의 총장님들도 되었었지.//이 나라를 철저히 사랑해 지키며 공부하는/이 정신이 언제인들 끝날 수 있겠는가?/1960년 自由黨(자유당) 政府(정부)의 不正選擧(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가 터지자/대통령의 景武臺(경무대)로, 景武臺(경무대)로 맨 앞장서서 몰려가다가/맨 처음 射擊(사격)에 희생당해 殉節(순절)한 것도/우리 東國大(동국대) 學生(학생)이 아니었나?!//언제나 이 民族(민족)의 正義(정의)에 앞장서고,/의리와 인정에 투철하고,/엉터리 學問(학문)은 절대로 하지 않는/우리 東國大學校(동국대학교)의 오랜 학풍을 우리는 믿나니,/무한히 계속될 이 民族史(민족사) 속에서/母校(모교)여 늘 健在(건재)키만 하소서!’ 

 동국대학교는 서정주시인의 미발표 작품이 수록된 시작(詩作)노트 등 미당의 유품 3백 여 점도 공개했다. 동국대는 17일 학교 중앙도서관은 지난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미당 유품전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를 열고 있는 것.

 공개된 유품들은 2001년 4월 유족들이 미당의 모교인 동국대에 기증한 1만2천 여 점의 유품 중 일부로, 미당이 50년간 간직한 10권의 시 창작 노트와 출판되지 않은 노자의 ‘도덕경’ 번역 초고, 이성선,신달자 시인 등과 주고받은 편지 등 3백 여 점에 달한다. 학교측은 전시회와 함께 중앙도서관 내에 ‘미당문고’를 개설키로 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