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의 염원과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담은 민화. 조금은 투박하기에 그 예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 못할지라도, 지난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혹은 미래의 소망을 담아낸 붓질은 소중한 자료가 된다. 골동품과는 다르게 희귀성이 부족해 전시하는 박물관이 적거나 교과서에서 그림 한 장으로 만날 수 있었던 민화. 최근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민화를 주목하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상설전시장의 25%정도를 민화로 꾸며놓은 대세를 주목해 볼 때 아직 연구단계일 뿐인 전라도의 민화연구가 착실히 이뤄져야 함에 주목한다. <편집자주>

 “김철순씨는 민화를 꿈의 민화, 사라의 민화, 믿음의 민화, 길상의 민화, 깨달음의 민화 등으로 분류해 민화가 겨레그림으로서 서민들의 꿈과 믿음과 깨달음의 의식을 담아낸 그림이란 뜻으로 분류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소재를 중심으로 화조·산수·민속·불교화로 분류했죠.”

 지난 22일 전주역사박물관 녹두관에 모인 시민들은 가회민화박물관 윤열수 관장이 전하는 생활과 연관된 생생한 옛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오눈 12월 31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 3층 민화실에서 펼쳐지는 ‘일곱 번째 故 김철순선생 기증민화전-五滿街志 (오만가지) 시선, 민화’를 기념하는 특강자리였던 것.

 그는 “특히 조선 후기의 시대적 특수성 속에 자리한 민화의 발전은 곧 전체적인 미술계의 구조와 사회적 양태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민화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의 미술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사관을 형성하는 기초적 작업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의 한(恨) 또는 민중의식, 미의식을 가늠해 보는 근거자료의 중요성 뿐 아니라 민속학과 종교사상에 대한 연구 자료로서도 소중한 민화. 신흥종교, 주술적 신앙 등 다양한 종교가 밀집된 역사성과 민중예술이 발달한 도시의 전통성은 전라도가 민화의 고향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단다. 

 이번 전시의 컨셉 ‘五滿街志(오만가지)’란 ‘五(오)-민화에 사용되는 주요 색깔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 색채인 오방색’이었으며, ‘滿(만)-민화를 주로 그렸던 사람은 소수의 권력층이 아닌 다수의 민중’이었으며, ‘街(가)-민중의 생활은 멋드러진 한옥에서가 아니라 저자거리’이고, ‘志(지)-이곳에서 태어난 민화는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민중이 꿈꾸던 삶의 의미’를 담았다. 

 산수도, 화조도, 문자도, 십장생도, 소상팔경도 등 모두 17종 40여 점으로 각각의 민화는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스러운 작품들로, 그동안 진행된 전시와 달리 더 넓고, 아늑한 전시장에서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전시장에는 산수도, 화조도, 문자도, 십장생도, 소상팔경도 등의 다양한 민화가 설명 패널과 함께 선보여지고 있으며, 민화탁본을 직접 체험함으로 민화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극대화한다. 문자도, 고사도, 십장생도, 화조도, 영수도, 소상팔경도, 산수도, 소과도, 연화도, 어해도, 호도, 명승고적도, 모란도, 사군자도, 감묘여재도, 인물도(人物圖), 백납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영수도(靈獸圖)는 중국 고대소설에서 수호신의 성격을 갖는 상상의 동물인 영수를 그린 그림,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중국 소상강(瀟湘江) 유역의 아름다운 여덟 경치를 소재로 그린 그림, 감묘여재도(感墓如在圖)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조상의 묘소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사당이 없는 가난한 집의 후손들이 제사를 모실 때 사용한 그림, 백납도(百納圖)는 주로 선비들의 사랑방에 놓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공간을 가리는 실용적인 용도와 장식성으로 인해 널리 선호되었던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