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걸었던 그림으로 신선사상과 관련된 여러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린 그림 한 점 ‘상상속의 이야기(故事圖, 20세기 8폭)’. 시동을 거느리고 사슴을 타는 신선, 영지를 물고 있는 학을 타는 선녀, 바둑을 두는 네 노인을 그린 상산사호의 고사 등이 잘 표현된 명작.특히 배경으로 처리된 산, 모란, 소나무, 학 등의 표현이 특이한 조형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19일부터 7월 17일까지 ‘민화와 장식 병풍’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2년 이후 집중적으로 수집한 민화 소장품 가운데 엄선한 40건 2백70여 점의 민화와 장식 병풍이 선보인다. 특히 단순한 나열식으로 민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일상 생활 공간에서 민화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색다른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살림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사랑방 그림을 보고, 안채로 들어가 안방 그림을 보고, 마당과 대청에 놓인 그림 등도 만나게 되는 등 전혀 새로운 시각의 민화 감상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

 전시회는 사랑방 그림, 안방 그림, 혼례 및 회갑에 사용된 그림, 상 및 제례에 사용된 그림으로 구분, 선보인다.

 남성들의 주 공간인 사랑방 그림은 방을 장식하거나 윤리의 규범으로 삼고, 또 산중 은거(隱居)의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책을 포함, 골동품, 문방구, 진귀한 수입품 등을 그린 문방도와 유교적 덕목의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여덟 글자를 회화화한 문자도는 당시 문인생활의 일면을 보여준다. 중국의 유명한 절경을 그린 소상팔경도, 우리나라의 자연을 그린 금강산도, 관동팔경도 등은 방안에 자연 경치를 만들어 그 안에 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사랑방 그림으로, 여덟 가지 덕목의 그림 글자(文字圖), 문방구와 꽃, 구운몽 이야기, 금강산 풍경, 삼국지 이야기, 무이산의 풍경, 농가의 생활(耕織圖) 등이 전시된다.

 여성들의 주 공간인 안방에 놓인 그림은 자손의 번창과 가정의 화목을 소망하는 것들이 사용됐다. 꽃과 새를 그리거나 자수를 놓아 꾸민 화조도,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어해도 등은 자연의 조화 및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고, 화목한 가정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부인 방에 널리 사용됐다. 풍성하고 탐스럽게 표현한 모란은 부귀, 연꽃, 석류, 물고기는 다산을, 암수 한 쌍으로 그려진 새는 금슬 좋은 부부를 각각 상징한다. 전시되는 꽃과 새그림(花鳥圖)은 모두 11점(88점)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조도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장식 병풍들은 집안을 치장하면서 혼례 및 제례 등 잔치에도 쓰였다. 혼례에는 특히 행복과 부(富)를 상징하는 모란 병풍이 사용되었으며, 여러 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그린 백동자도나 곽분양의 행락도, 요지연도 등도 사용했다. 회갑에는 특히 백수백복도나 곽분양행락도 등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는 장식 병풍을 둘러, 그 의미가 본인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살림집 마당에서 혼례와 회갑연 때 사용한 그림으로 모란과 기이한 돌(牧丹怪石圖), 곽분양이 누린 즐거움(郭汾陽享樂圖), 놀이를 하는 아이들(百童子圖), 서왕모의 요지에서의 연회 그림(瑤池宴圖) 등이 전시된다. 상 및 제례 때는 문양이 없는 소병풍(素屛風)이나, 글씨 병풍과 같이 요란하지 않은 것을 사용해 예를 갖춘다. 제사를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하면서, 사당을 그린 감모여재도나 사당 내부의 배치를 그린 사당전도 등이 쓰였다. 대청에서 행하였던 상례 및 제례용 그림으로, 사당을 대신한 그림(感慕如在圖), 글씨 병풍, 소병 등이 전시된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은 종교적 공간 등을 충족시켜주는 유물들을 중심으로 생활 공간 안에서의 민화를 재구성, 8월 16일부터 12월 25일까지 또 한차례 민화 관련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