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싸우셨다. 그런데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잠만 자셨다. 갑자기 아빠가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1시간 뒤에 엄마를 데리고 오셨다. 그래서 다시 사이가 좋아지셨다. 그런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사소한 말다툼도 유난히 신경 썼던 어린 자녀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문화영토 소극장 판에서 매일 공연되는 연극 ‘가족(연출 고조영·작 민복기)’은 밤늦은 길을 걸어 돌아오게 되는 집의 의미를 일깨운다. 그 곳에는 지친 내 하루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 행복하다고…. <편집자주>

 “사람 보내는 거, 염하는 거…. 거 쉬운 거 아니다. 시신을 깨끗하게 이리 닦고, 저리 닦고,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내는데, 가족들 눈이 시뻘개서 옆에서 지켜보는데…. 경건하게 최선을 다하는 양 보여야 되고, 얼렁뚱땅하는 것처럼 보이면 가족들이 가만히 있겠어? 화내잖아. 베옷 입히고, 꽃신 신기고,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내 손으로 보낸다는 거 쉬운 일 아니올시다. 힘들어….” 

 지난해 소극장 판(대표 정진권)이 보여준 연극 ‘행복한 가족’이 혼자 사는 노인을 통한 현대사회의 가족해체 문제를 다뤘다면, 올 ‘가족’은 시골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둔 해프닝을 통해 고향과 부모의 의미에 대해 무겁지 않게 접근한다. 

 세 시간 후면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마을에 모인 삼남매. 수재였던 형 관우는 무역회사 사장으로, 남동생 관모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까봐 늘 고민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여동생 영은 미혼의 노처녀다. 

 하루가 지나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지 않자 삼남매는 각자의 일과 사업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고, 다시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에 모이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짜증 아닌 짜증의 모습을, 화장이니 매장이니 하며 다투기도 한다. 

 “아버지의 뜻 인가보다. 우리 이렇게 만나라는….”

 큰형의 한마디에서 가족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해 느껴지는 서먹함과 홀로 남게 될 어머니에 대한 걱정, 유년시절의 추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고향과 부모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또 아버지의 절친한 고향후배이자 장의사인 지씨는 수험생인 손자들이 할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서도 얼굴조차 보이지 않으며 부모는 오히려 두둔하는 혈실, 간다고 할 땐 뻔질나게 오더니 일종 당일에 더딘 자식들의 귀향길을 꼬집으며 현대인의 위치를 제대로 짚어내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소극장 판이 추진하는 ‘문화나눔 시범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는 점. 매회 공연마다 문화 소외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자리를 비워두는 등 다양한 통로로 펼쳐진 문화 메세나 운동을 패턴, 시스템화해 대관 팀에게도 일정부분 요구하는 민들레 꽃씨의 역할을 자청하겠단다. 

 소극장 판 정진권 대표는 “큰 기업부터 소규모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까지 판의 생각에 동참해 주셨다”며 “이러한 나눔은 밥 먹는데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는 결코 어렵지 않은 문화운동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관객들도 이런 나눔 활동에 함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헌혈증을 기증하는 관객에게는 3천원의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생명나눔 사랑나눔’, 공연을 보고 관람권 절취된 조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센스 ‘행복 나누기, 바통은 티켓 조각’, 소극장 판에 올려진 모든 공연 프로그램 유료 관람티켓 조각이 있다면 ‘가족’ 공연이 공짜, 예쁜 포장과 함께 보내시는 분의 마음을 담은 ‘티켓 기증, 공연나누기’ 등의 이벤트에 참여해보자.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 7시 30분에 만날 수 있다. 티켓은 일반 1만원, 대학생 7천원, 청소년 5천원, 연인 1만 5천원, 가족 2만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기타 단체관람은 소극장 판 기획실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63-232~6788. 김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