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풍월 자수 /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놓으며 / 빈 마음자리 / 공백 채우던 그대 / 그리움은 / 가슴에 자수 같은 / 얼룩무늬를 놓고’ 

 인간을 중심으로 한 서로의 관계 그리고 기다림을 노래한 전선자(58·무주문인협회장) 시인. 그가 첫 번째 시집 ‘그 어디쯤에서 나는(푸른사상·7천원)’에서 무주의 자연과 온화한 기품을 아름다운 시어로 쏟아냈다. 

 그간 수필 작업에 매진해왔던 작가는 지난 1996년 시인으로 등단해, 용기를 얻어 그동안 습작에만 머물러왔던 시들을 한 권을 책으로 엮은 것. 

 특히 전 작가는 산문을 전문영역으로 삼다가 운문으로 전환하는 경우 성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이를 잘 극복한 시인이라 평가받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돼있는 시집에서 저자는 인생길에 대한 이야기, 인간 대 인간 혹은 인간 대 자연의 ‘관계’에 주목한다. 뒤늦게 불교적 취향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가 인생과 인간관계에 동화시켜 풀어내는 작업이 인상적이다. 

 우한용(서울대) 교수는 작품해설을 통해 인간에서 출발하여 자연으로, 자연과 인간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 다시 자연의 순리를 물줄기처럼 갖다대는 시인의 상상력이라 평했다. 

 제 1부 ‘와불 곁에 눕다’에서는 불교적 색채에 비춘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 수많은 집착에서 벗어나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은 시인이 시 속에서 추구하는 시 쓰기로 귀결된다.

 제 2부 ‘새벽강, 안개 속에 서다’는 새벽산책을 통해 보고 느낀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저자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 그리고 자아의 욕망과 소멸의 경계를 지우고 자연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자연과의 경계를 허무는 시인의 시법은 3부의 소주제이기도 한 ‘관계’로 이어지고, 4부 ‘구절초 연가’에서는 시의 원천을 제공해 준 무주의 풍광을 통한 자아의 확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출판 기념회는 오는 7월 8일 오후 5시 전주 관광호텔에서 개최된다. 김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