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사 유실 막는 옹벽 등 안전시설도 없이 부실시공 하고 있는데 묵묵부답
- 주민 "관광단지 반대도 아니고 마을발전기금도 받지 않을 것, 안전만 담보해달라"
- 장점마을 사태 키운 익산시에 이어 남원시까지 '불통 행정' 도마 위

남원에 들어서는 드래곤 관광단지와 맞닿아있는 금강마을 주민들이 안전 위협을 이유로 공사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남원시를 경찰에 고발했다. 남원시의 불통행정으로 인한 답답함에 지친 주민들이 사후약방문을 막기 위한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금강마을 대책위원회는 20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단지 조성으로 주민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감독기관인 남원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주민들의 피해를 키운 승인·관리 기관의 잘못을 따져보기 위해 수사기관에 고발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원시 대산면에 위치한 금강마을 뒤편으로는 드래곤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주민들은 남원시의 관광발전을 위해 단지 조성을 환영해왔으나 단지 조성으로 마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단지 조성공사와 관련해 지방환경청과 협의한 농업용수 유입시설이 설계대로 되지 않았고 단면도에는 지형에 맞는 완경사 성토가 돼야 함에도 높은 성토로 평지를 만들어 재해 위험을 높였다. 시공 과정에선 마을을 지켜줄 옹벽도 빼먹었다.

주민들은 지난 2011년 산사태 재난이력이 있는 사업지에 석축이나 옹벽, 기초공사, 보강공사, 배수시설도 없는 설계와 시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사전 기초현황 조사가 적법하게 됐는지, 행정의 잘못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남원시와 더불어 지방환경청과 전북도에도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불법 부실시공을 무마하는 행태의 결과로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관련 행정 책임이 있는 직원들에게도 손해배상을 반드시 청구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주민들은 "현재 조성이 진행 중인 관광단지 공사는 토사 유실을 막아줄 옹벽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시설을 빼먹거나 부실시공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남원시에 거듭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공학박사 등 전문가도 공사 현장 점검을 통해 부실시공을 지적했다"며 "남원시는 해당 공사가 문제가 없다면 설계도면, 재해영향평가서 등을 공개하고 공사 관리감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8여 년 동안 고통을 받아온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 사태를 키운 것은 다름 아닌 익산시의 ‘불통 행정’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원시 역시 불통 행정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재해대책과 안전시설을 요구하는 집회와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으나 그 때마다 남원시는 설계대로 잘 시공 되고 있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며 "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함에도 문제를 도외시한 채 주먹구구식 행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들어서는 관광단지를 반대한 적이 없고, 마을발전기금 단 1원도 받지 않겠다고 남원시에 전달한 바 있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우리들의 안전 뿐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을 주민 A씨는 "지역 관광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개발행위를 승인했다지만 기존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무시하는 개발은 있을 수 없다"며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드래곤 관광단지는 남원시 대산면 일원 86만8789㎡ 부지에 골프장과 워터파크, 숙박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착공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