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는 순창서 먹고 알은 정읍에 낳는다"

순창군 쌍치면과 복흥면 주민들의 생활중심권이 순창이 아닌 정읍에 기울어진 것을 두고 심심찮게 나오는 비난어린 목소리다. 쌍치면과 구림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 '밤재' 때문인데, 이 고개 북서쪽에 사는 순창군민들이 교통 불편을 이유로 타지인 정읍에 경제생활권을 두고 있어서다.

이 고갯길이 얼마나 험하고 높은지 넘어가려면 밤 한 말을 다 먹어야 했다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밤재에 난 국도 21호선은 순창지역 11개 읍면 중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쌍치면과 순창 읍내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도로다.

문제는 밤재 도로가 높이 518m, 경사도 11.4%의 구불구불한 고갯길로 이뤄져 겨울철은 말할 것도 없이 평상시에도 사고가 빈번한 위험구간이라는 점이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도로 안전성 평가연구 결과에서도 종합위험도가 무려 70%에 달했다.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이 도로의 위험성을 이유로 지역주민들조차 차량운행을 꺼려 거리가 더 먼 전남을 통해 우회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밤재터널 개설을 통해 도로 선형을 곧게 펴는 개량 사업을 요구해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인 지난 2005년 도로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를 실시했다. 하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되며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후 지난 2014년 타당성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 돼 기재부 현지조사를 실시했지만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서 제외됐다.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숙원사업이 남겨진 것이다.

그러던 올 초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대상 사업에 ‘순창 인계~쌍치 국도 21호선 2차로 개량사업’이 포함되면서 오는 2021년이면 공사가 착공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최근 이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적정성 검토를 모두 마쳤다. 밤재터널을 포함한 사업 연장 24㎞ 전체가 수용됐으며 사업비는 기본설계 시 1153억 원이었으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증액될 전망이다.

도는 이미 기본 설계를 마친 만큼 연내로 실시 설계 용역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실시 설계 용역이 끝나고 나면 오는 2021년께 공사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 돼 쌍치·복흥 주민들이 잃어버렸던 ‘순창 생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수 도 도로교통과장은 “밤재터널 개설은 순창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는데 오랜 기간 구부러져 있던 허리를 펴는 인계~쌍치 국도처럼 지역 주민들의 걱정도 모두 펴지길 바란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망 구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