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부작용 판박이 우려
민주노총·전북본부 결사 반대 입장
노동계 내부분열·갈등해소 큰 과제

광주와 구미에 이은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이 24일 체결됐다. 전북 군산형 일자리는 앞선 사례와 달리 기업주도가 아닌 처음으로 양대 노총이 참여하며 노사민정의 민간주도로 추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민간주도로 중소·중견기업이 주축이 돼 추진되면서 수평계열화와 공정경제 등 선진 경제모델로 경제계와 노동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북 군산형 일자리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향후 국내 노사문화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위기 극복의 공감대
광주형 일자리 등 대기업과 지자체 주도의 추진과정은 노사 간의 첨예한 갈등표출로 사업지연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가 대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판단, 최종 상생협약 타결 직전까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북 군산형 일자리도 초기에 노동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명신과 엠에스오토텍 등이 현대차 협력업체라는 사실에 실질적인 투자자는 현대차라는 의혹도 제기되며 초기에 사업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군산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군산지역 노동계와 시민들은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이 아닌 노사민정 협의체를 중심으로 민간주도로 추진됐고, 중소·중견기업이 주축이 됐다.

노동계와 시민, 기업 등을 대상으로 반년 이상의 기간 동안 상호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도 관계자는 “지역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들의 갈망이 오늘 협약체결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상생협약 무엇을 담았나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안은 △공동교섭 △적정임금 △근로시간계좌제 △공동복지기금 △지역·원하청 상생 △수평계열화 등 크게 6가지가 핵심이다. 특히 전국 최초로 공동교섭을 통해 적정임금과 근로조건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공사업장별 특성에 맞게 다시 교섭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새로운 형태의 노사교섭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군산형 일자리 참여기업의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전기차클러스터 상생협의회가 구성, 공동교섭에 나서게 된다.

가장 주목할 점은 노사 간 갈등 발생시 5년간 상생협의회의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규정해 협약의 실효성을 높인 점이다. 또한 과도한 초과근무 수당 개선을 위해 기본급 비중을 80%로 상향조정하고, 근로시간 계좌제가 전국 최초로 도입된다.

근로시간 계좌제는 초과근로 12시간 중 4시간만 수당을 지급하고, 8시간은 계좌에 저축 후 휴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적정임금은 전북지역 제조업의 평균임금이 제시됐지만, 고용 규모별로 차등화해 적용된다.

전북지역 제조업 평균임금은 50인이하(297만원), 50～300인(350만원), 300인 이상(370만원) 등이다. 참여기업과 지자체는 총 60억원의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해 노사 공동체 의식고취와 원·하청간 복지격차 해소 등에 투입된다.

또한 실직노동자를 우선 채용하고, 역내부품을 3년 이내 10%이상 의무구매 하고, 원·하청간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방안도 담겨 있다. 하청업체의 R&D 등 노력으로 부품단가가 인하할 경우 수익을 5대로 공유하는 등 단가 후려치기 등의 부작용 차단이 기대된다.

■ 상생동력 지속성 과제
군산형 일자리의 성패는 전기차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경쟁력 확보와 함께 상생협약에 대한 노사간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로 한 지속성을 확보하느냐의 여부이다. 벌써부터 민주노총 총연맹과 전북본부는 군산형 일자리에 군산지부가 참여한 것에 반대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노총 총연맹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 노동자의 임금하락 등 노동조건을 전면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산지부는 광주형 일자리와 다르다며 참여의지를 밝혔다. 이번 문제가 봉합되더라도 향후 군산형 일자리의 본격적인 추진과정에서 언제든지 노사간의 대립요인이 발생한 요소들이 많다.

공동교섭과 적정임금 등 실질적인 논의과정에서 눈높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형 일자리가 획기적인 상생협약 체결 등 순탄한 출발선에 놓였지만 노동계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