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주축… 새변화 기대

광주와 구미에 이어 군산 상생형 일자리가 오는 24일 협약식을 갖고 첫 시동을 건다. 공식 명칭인 전북·군산 상생형 일자리는 지자체와 기업주도가 아닌 양대노총이 참여하며 노사민정의 민간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상생형 일자리와 차별화를 보인다.

특히 기존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주축으로 수평계열화·공정경제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전북·군산형 일자리의 성패는 국내 노사문화와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상생협약 무엇을 담았나

군산형 일자리의 상생협약은 오는 24일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상생협약안은 △공동교섭 △적정임금 △근로시간계좌제 △공동복지기금 △지역·원화청 상생 △수평계열화 등 크게 6가지의 방안이 담겨 있어 각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전국 최초로 공동교섭을 통해 적정임금과 근로조건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각 사업장별 특성에 맞게 재교섭하는 방식이다. 군산형 일자리 참여기업의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전기차클러스터 상생협의회가 구성, 공동교섭에 나서게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노사간 갈등 발생시 5년간 상생협의회의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규정해 협약의 실효성을 높인 점이다. 노사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에서 일궈낸 공동교섭을 통해 합의된 안은 5년간 지켜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5년간 무분규가 담보될 수도 있다.

적정임금은 전북지역 제조업의 평균임금이 제시됐지만, 고용 규모별로 차등화해 적용된다. 기본급 상향조정 등 선진형 임금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임금교섭의 기초자료를 제공할 임금관리위원회도 설치된다.

전북지역 제조업 평균임금은 50인이하(297만원), 50～300인(350만원), 300인 이상(370만원) 등으로 연봉 4000～5000만원선이 예상된다. 또한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되 4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저축' 하는 근로시간 계좌제가 시행된다.

참여기업과 지자체는 총 60억원의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해 노사 공동체 의식고취와 원·하청간 복지격차 해소 등에 투입된다. 또한 실직노동자를 우선 채용하고, 역내부품을 3년 이내 10%이상 의무구매 하고, 원·하청간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방안도 담겨 있다.

하청업체의 R&D 등 노력으로 부품단가가 인하할 경우 과거 대기업들은 일명 후려치기 등으로 하청업체에 부담을 줬으나 군산형 일자리는 수익을 5대5로 보장해주는 방식이 추진된다. 국내 대기업과 거래 중소업체간의 가장 갈등이 큰 사안인 수직계열화 문제도 개선된다.

원·하청간 수평적 계열화 협약으로 부품업체의 개방적 납품을 통한 공동활용, 부품업체의 생산물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나가기로 했다.

■노사 및 원·하청간 새모델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안 마련가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3년이 소요된 광주형 일자리보다 신속하게 합의안이 도출됐다. 논의 초기부터 지자체와 기업주도가 아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참여하고, 시민들도 참여하면서 접점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노사민정 실무협의회 구성이후 상생형 지역일자리 거버넌스를 구축했고, 이후 컨소시엄들의 잇단 투자협약으로 실체성을 확보했다. 노사민정협의회 등 각 주체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안 토론회도 3회에 걸쳐 진행됐다.

상생협약안을 놓고 의제별로 군산시민과 참여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숙의토론을 통해 공감대도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에서 벗어나 수평계열화와 공정경제 모델로 선진경제 모델을 제시한 것이 군산형 일자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제시된다.

도 나석훈 일자리경제국장은 “군산경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의지가 노사민정의 상생형 일자리 타결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대기업 중심이 아닌 민간주도적 투자와 중소·중견기업, 양대노총, 군산시민 등 각 주체가 만들어낸 산물이다”고 강조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