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분권 2단계를 추진하면 전북도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방교부세가 폐지되고 지방분권세(가칭)가 도입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 도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북도는 30일 정읍시청에서 제42차 전북재정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재정분야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70여 명이 참석, 정부의 재정분권 2단계 추진에 따른 전북도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30일 지방소비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1단계가 마무리되고 관련 법안 개정 추진 중에 있다. 2단계를 통해서는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지방재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계획에 따르면 2단계 재정분권은 국세-지방세의 조세배분 구조 목표를 70:30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의 추가적인 지방이양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구상이 제시됐지만 아직 구체적 실행계획은 나오지 않아 그 실체가 모호하다.

이에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향에 대한 모색과 지방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정부의 2단계 재정분권 추진과 관련,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분석과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주제 발표에 나선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는 “2단계 재정분권으로 지방교부세 폐지 및 지방분권세 도입이 될 경우 1단계와 달리 전북도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결산을 기준으로 국세 총량은 약 255조 원이며 이 중 전북도는 1%를 차지한다. 이를 기준으로 지방분권세 세원인 소득세 및 법인세 총량은 약 157억 원이며 도에서 징수되는 규모는 전체의 2%인 1.6조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소득세 및 법인세 총량 중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30.1%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13.9%, 부산 7.6%, 울산 4.7% 등 순으로 많았다. 전북은 제주 0.8%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적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웃한 전남은 3.2%였다.

조 박사는 “지방분권세는 서울, 경기 등 불교부단체도 배분 대상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방교부세와 비교할 때 전북도 세입에는 불리하다”며 “특·광역시와 광역도간 격차도 보통교부세보다 더 벌어져 지역갈등이 재연 될 개연성이 노후하다”고 우려했다.

최원철 전주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방소비·소득세율 강화를 통한 자주재원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기업유치와 고용창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지 후 세후 증대 효과가 미약하다”며 “지방법인세 도입 및 지역상생기금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져야한다”고 제언했다.

정종필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교수는 “지방분권세를 도입할 경우 현재의 지방교부세와 비교해 지역 간 재정격차를 훨씬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격차 완화를 위해 재정조정기능을 가미할 경우 재정분권세를 통해 자치단체의 자구노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방안은 재정분권세의 도입보다는 지방교부세의 개편을 통해 자치단체의 자구노력과 재정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고 강조했다.

임상규 도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 방향을 미리 파악하고,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하고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이 도 및 시·군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재정포럼’은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42회째 이어져 왔으며 재정정책 주요 현안 대응 및 지방재정 효율화 방안 마련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