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층이 손쉽게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등 생존을 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군산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8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8일 정오께 군산시 한 주거지 앞길에 놓아둔 건조대 등 3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다.

앞선 3일에는 남원에서 편의점 앞에 놓여져 있던 선풍기를 가져간 7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2일에는 전주에서 택배상자를 훔쳐 달아난 7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심지어 폐식용유까지 훔쳐간 70대 노인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5시 23분께 군산시 한 음식점 앞에 놓아둔 7만원 상당의 폐식용유를 훔친 혐의다.
조사결과 B씨는 미리 통을 준비한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인 1일에는 80대 고물수집 노인이 전주의 한 횟집에서 사용 중인 수족관 덮개를 훔쳐 달아나기도 하는 등 도내 노인 절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물수집인은 수집한 고물로 용돈벌이를 하거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고물, 저 고물을 수집하다보면 주인이 있는 물건들이 수레 안으로 딸려 들어가기도 한다.

대학 원룸 인근에서는 빨래 후 말려 두기 위해 집 밖에 세워둔 신발이 없어지기도 하고, 공사장에서는 인부들이 두고 간 못이나 철 조각, 공구, 그라인더 등이 사라지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길가에 내놓거나 쌓아둔 물건이 있으면 주인이 없겠거니 하고 들고 와 고물업주는 ‘장물범’이 되고, 고물을 주워온 어르신도 범죄자가 되는 셈”이라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4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절도를 하다 검거된 60세 이상 노인은 지난 2015년 396명, 2016년 534명, 2017년 529명, 지난해 592명으로 갈수록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층 범죄도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비교적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 접수되지 않아 통계에 들어가지 않은 건수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인 범죄는 특히 소액 절도 위주의 생계형 범죄에 집중되고 있어 경제적 불안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생계를 위한 고물수집으로 절도를 저지르게 되신 어르신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참 많다”며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신고 접수가 들어오면 피해자 입장도 헤아려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예방책과 대응책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예방차원에서는 분노조절을 할 수 있는 심리적치료, 상담,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