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 이라고 하여 ‘음식은 약과 그 뿌리가 같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사람은 먼저 병의 근원을 깨닫고 음식물로 이를 치료하며 식이요법으로 병이 낮지 않을 때에 약을 사용하도록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균형 잡힌 식사만큼 몸에 좋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음식이 약이라고 생각하며 질병의 예방과 치유를 하였다. 치유의 사전적 의미는 ‘치료하여 병을 낮게 함’이다. 현대에서의 치유음식이란 치유와 음식의 합성어로 ‘치료하여 병을 낮게 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치유음식이란 조선시대 의서, 농서, 고조리서 등의 기록에 의하면 식생활과 관련해 치생(治生), 청복(淸福), 각병(却病) 세 가지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치생은 음식을 먹는 근원적 목적을 인간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어 무탈 무병하며 몸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청복은 음식과 욕구의 조화로운 관계를 뜻하며 음식의 영양학적 효율성이나 풍부성 등을 넘어서서 마음의 식탐과 욕심을 적절히 조절하여 음식의 조화성과 마음의 청빈성을 추구하는 자연적인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각병은 음식 자체만이 아닌 음식을 통해 청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일컬으며 미리 몸에 병이 들지 않게 병을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이 있다. 각 계절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으며 서로 다른 계절들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계절마다 특색 있는 풍성한 먹거리와 계절에 맞는 다채로운 문화를 발달시켜 풍요로운 삶을 누려왔다.

하지만 온도, 습도, 일조량, 강우량 등 계절마다 환경의 차이가 크고 날씨 변화가 급격하기 때문에 계절이 변화할 때마다 우리 몸은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계절과 날씨 변화는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어서 정서불안, 우울증, 의욕상실 등과 같이 정신적인 질환을 야기 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건강관리 의욕마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환절기에는 특히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식인 쌀, 잡곡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계절별 곡류를 골고루 섭취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힘써야 한다.

봄에는 체력적으로도 부족함을 느끼지만 환절기에 따른 여러 가지 질병의 위험에도 노출되기 쉽고 협심증, 피부질환과 같은 질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메밀, 조와 함께 봄나물과 같이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 몸을 보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소모가 심해서 기력이 떨어지므로 녹두와 율무를 활용한 음식이 있고 가을에는 비염과 변비와 같은 증상에 좋은 쌀과 기장으로 만든 음식이 도움이 된다.(금천석, 『천연생리활성물질 함유토종 곡류』에서)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감기, 해독작용을 위해 팥과 수수로 만든 음식으로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한증(寒證)은 덥게 해주고, 열증(熱證)은 차게 해줘야 한다. 약재나 식재의 사성을 이용할 때는 인체의 표리(表裏), 허실(虛實), 한열(寒熱)등과 같은 질병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섭취해야 한다.

무병장수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질병과 치료에 대한 관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산업화한 의료 시스템과 신약개발, 약 제조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최첨단 수준이 되었다 하는데 환자는 증가하고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려면 자연의 원리를 기둥으로 삼고 식재와 약재를 조화롭게 조성한 치유음식으로 장부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생리 활동이 정상을 이루고 인체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증강시키도록 할 것이다.

김기수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