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민에게 옥정호는 어떤 의미일까? 먼저 아름다운 산이 호수 주위를 병풍처럼 드리우고 산길 따라 굽이굽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호수 경관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청명한 하늘아래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옥정호 수면을 본다면 누구나 감탄을 하게 되고 사람들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힐링을 하며 여유와 행복을 느낀다.

그뿐 아니라 옥정호는 12만 정읍시민이 먹을 식수와 농업용수를 제공하는 원천이며,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소중한 물 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이렇듯 정읍시민에게 마음의 안식처이자 어머니의 젖줄 같은 옥정호가 난데없이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은 2015년 8월 7일 옥정호의 70%가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해제되고, 임실군이 대규모 수상레저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임실군은 옥정호에 배를 띄우고 수상스키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옥정호를 식수원로 사용하는 정읍시는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2016년 11월 전라북도가 중재에 나서 선수변, 후수면 개발방식에 양 시군이 합의해 일단 진정이 됐지만 최근 전라북도에서 옥정호 수상레저단지 연구용역을 진행함으로써 논란이 재 점화되고 있다.

선수변, 후수면 개발은 옥정호 수변개발을 위한 관련 현안사업들은 조속히 추진하되, 수면이용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 뒤 환경영향평가 후 논의해 나가자는 것이지만, 그동안 연구용역 대부분이 발주기관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정읍시에서는 시민단체 위주로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정읍시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 확보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임실군에서 정읍시민의 식수원인 옥정호를 단순한 개발의 대상으로 삼아 더 많은 이익을 더 창출하려는 자세와 전라북도의 숨은 의지가 결합된 단기적 사고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정읍시 관할 옥정호 주변은 개발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풍경이지만, 임실군 관할 주변은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 숙박업소 등이 들어서있고 이미 상당한 개발이 이뤄져 관광지로 명성이 높으며, 현재 상태로도 난개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한 2017년 섬진강댐 주변 지원사업비(지자체, 댐관리단) 17억원 중 62%에 달하는 11억원을 임실군에 지원하고, 정읍시는 4억원, 순창군은 1억5000만원, 완주군에는 1억2000만원만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임실군에서는 옥정호 청정한 물 위에까지 대규모 수상레저단지를 조성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옥정호는 섬진강댐 조성으로 인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고 계화도 간척지 등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실향민으로 전락한 수몰민의 삶과 애환이 서려있는 가슴 아픈 역사를 품은 곳이다.

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던 2만여 수몰민들의 아픔을 대가로 탄생한 옥정호는 지난 50여년 동안 수십만명을 살리는 생명수로 쓰이면서 수몰민들의 고귀한 희생에 보답을 해온 호수이다.

이렇듯 일반 관광자원과 다르게 옥정호가 먹는 물이라는 특징을 무시한 채 12만 정읍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임실군에 도대체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묻고 싶다.

특히, 입장을 바꿔 임실군민이 먹는 식수원 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배를 타고 수상스키를 즐긴다면 임실군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개발은 곧 오염이다. 제아무리 친환경적인 개발을 한다한들 환경오염은 불가피할 것이고, 환경오염을 해결하는데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임실군에서는 엄청난 개발비용과 유지비용이 수반되는 개발 이익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우선인 보존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헌법 제35조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환경권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임실군은 지금이라도 옥정호 수면개발로 정읍시민의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전라북도에서도 더 이상 정읍시와 임실군민의 갈등을 부채질하며 행정에 대한 불신만을 키우는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물 없이 살수 없다. 정읍시민이 깨끗하고 청정한 식수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고, 옥정호 맑은 물을 후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수 있도록 전라북도와 임실군에 옥정호 수면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정읍시의회 의장 유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