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한국경제는 97년 IMF 외환위기, 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내년 경제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어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와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해외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동북부지역에는 볼로냐(Bologna)라는 시가 있다. 볼로냐는 인구 90만명의 관광도시로 13세기의 산프란체스코 교회, 중세 볼로냐파의 예술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 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더 유명한 것은 ‘협동조합’이다.

블로냐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고도 불린다. 도시 전체가 협동조합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도시전체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이고, 실업률은 3% 전후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때는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임금삭감을 통해 대량해고 없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기도 했다. 볼로냐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협동조합의 장점은 명백하다.

지역 업체와 주민이 조합원이 되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소비하고, 소비는 다시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투자된다. 지역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모토는 협력적 경쟁(cooperative competition)이다.

협동을 기반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며, 서로‘윈-윈’한다. 또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상호 협의와 관리를 통해서 규정을 만든다. 규정을 기반으로 각양각색의 업체들이 뭉쳐, 대기업과 견줄 수 있는 하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대기업보다 더 크다.

이탈리아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프 아드리아티카’는 쇼핑몰 1천5백여 개를 운영하며, 조합원 수가 약 770만명, 직원은 5만5천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이마트가 점포수 100여개, 연간 1만~2만 명의 직원을 유지한다는 것을 비교했을 때 얼마나 규모가 큰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생산자 협동조합 형태로 낙농 협동 조합인 ‘그란라테’는 이탈리아 우유시장 점유율 1위, 요구르트 점유율 2위에 달한다.

조합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관련 업종에서 나온 수익은 고루고루 분배된다. 대기업처럼 소수 대주주에게 편중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반면,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이탈리아에 비해 초라한 형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꾸준히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널리 설명했지만, 그간 정부는 중소기업이 합심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동조합에 무관심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협동조합 3개년 계획’이다.

이번 계획의 주요 내용은 공동 해외시장 진출 및 국내·외 공공조달시장 참여, 협동조합 자회사 설립 및 원·부자재 공동구매, 조합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한 조합 자생력 제고 등이다.

예전 중소기업협동조합 정책은 운영·감독의 ‘관리’에만 치우쳤는데, 이를 벗어나 협동조합에 소속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및 성장을 돕는‘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협동조합은 약한 공동사업 기반과 성장 동력 부재, 협동조합 인식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협동조합 3개년 계획은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인해 뚜렷한 공동사업이 없던 협동조합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만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전북의 경제 발전과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북은 삼성의 새만금 투자 백지화, 현대 중공업 군산 공장 폐쇄 등 일부 대기업들의 결정으로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도 볼로냐처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를 구축하면 어떨까?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북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준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