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임기를 마치게 되는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은 내년 대선 정국의 상수로 간주된다.

반 총장의 대선출마가 한국정가의 최대관심사인 이유는 여당인 새누리당에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이, 국민의당은 안철수가 대선후보로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데 여당인 새누리는 지지도가 낮은 김무성 전 대표를 빼고는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

이러다가는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새누리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니 새누리당엔 반기문 외에 대안이 없고 선택이 없는 실정이다. 반기문 현상이 이래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반기문 현상에 대해 더민주나 국민의당은 반 총장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유엔본부에 해외 출장 국감까지 가서 반기문 때리기에 나선 것도 그를 상대하기 버거운 현실적인 적수로 부상했음을 방증한다 할 것이다.

얼마 전엔 JP(김종필 전 총리)의 ‘반 총장 출마 결심 및 배경 비밀’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는데, 반 총장 행보와 관련한 JP의 이른바 측근발 전언이 주목되는 데에서도 반 총장의 입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새누리당 소속 지역 정치권이 반기문에 충성하고 줄을 서려는 입법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른바 ‘반기문 예우법’이다.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에 관한 법률안’ 공동발의 요청문을 돌렸다. 이 법안은 유엔 사무총장 및 이에 준하는 국제기구 대표를 지낸 국민에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준해 국가원수급 예우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비서관과 운전기사, 경호 및 경비 교통ㆍ통신 및 사무실 등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법안의 수혜자가 공무원에 취임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국적을 포기하거나 공직선거에 후보자로 공식 등록한 경우 등에는 예우 및 지원을 제한한다는 단서조항도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이 법안에는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수 명이 공동발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에 퇴임하는 반기문 총장이 나라의 위상을 높인 만큼 그에 걸맞는 예우 및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속 들여다보는 짓이다. 어느 나라가 퇴임 사무총장의 안전과 안락을 위해 법안까지 만들며 우대한단 말인가.

물론 반 총장은 UN(국제연합기구)193개국을 대표하고 이끌어 온 수장이다. 그가 한국사람 이라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반 총장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인물이다. 개인의 꿈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또한 연임을 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그의 인품과 리더십이 크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업무능력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최신호(7~8월호)는 미국 싱크탱크 닉슨센터가 발행하는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시니어 에디터인 제이콥 헤일브룬이 기고한 <어디에도 없는 남자:반기문은 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눈치만 보는 무능한 인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또 세계적인 유엔 전문가로 꼽히는 토마스 와이스 뉴욕시립대 정치학과 대학원 주임교수도 “10년 동안 반 총장의 레거시(업적)가 무엇이었는지 얘기할 것이 없다.”며 역대 사무총장 서열을 매긴다면 “바닥권 쪽”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이 여권의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이 문제가 집중 부각될 것으로 본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직책일뿐더러 가장 힘든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면에서 연임에 성공해 10년간 일해 온 반 총장은 국가적 자산이다.

더 이상 무얼 바라고 누릴 것인가? 그럼에도 반 총장이 차기 여권의 대선후보로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왠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하다.

따라서 ‘반기문 총장 특별 예우법’은 반 총장 1인을 위한 특별법 성격을 띤다.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법안을 발의하려는 충청권 일부 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애써 분란을 자초하는 반기문 예우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