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출신 정성산 감독 연출... 현재까지 5만여명 관람 감동



 “더 이상 부모의 사랑도, 실 날 같은 희망조차 느낄 수 없는 ‘요덕’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그 어떠한 보고서보다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뮤지컬 ‘요덕스토리(연출 정성산)’가 오는 6월 9일과 10일 오후 4시와 8시 총 4회 공연으로 전주를 찾는다.   

 공연기획 ‘Q 프로덕션’의 러브콜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 올려지게 된 이번 공연은 함경남도 요덕 제15호 관리소의 실상을 숨김없이 펼쳐놓는다. 분단으로 갈라진 우리의 반쪽 땅인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도 춤을 춰도 눈물만 흘리게 되는 저주의 시간들. 

 특히 원작자이며 연출을 맡은 정성산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어 더욱 흥미롭다. 평양 출생으로 1994년 한국방송을 듣던 것이 발각돼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탈출해 1995년 귀순한 정 감독은 “저를 대신 끌려가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당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지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아버지가 남조선 국가정보원의 스파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직을 접한 북한 최고의 무용수 강련화와 가족들이 요덕수용소에 수감되며 전개된다. 수용소장 리명수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게 된 련화는 그의 아이를 임신신하고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 련화를 도와줬다는 죄명 하에 명수는 총살당하게 되는데….

 환상적인 묘기처럼 느껴지는 북한 최고의 예술 춤인 사계절 춤이 함께하는 뮤지컬에는 천년의 사랑으로 유명한 락커 박완규씨와 1천명의 오디션 응시자 중 캐스팅된 40여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정 감독은 “북한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용소 실상을 픽션으로 표현해 무관심을 깨우고 싶었다”며 “인권 앞에서 이데올로기는 중요하지 않으며, 공연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많은 사람들이 바로 알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한번쯤은 드러냈어야 하는 우리들의 문제. 수용소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남자. 

 인공기와 북한 노래 등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거나 언론 보도 이후 가속화 된 논란으로 인해 투자가 취소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딛고 일어선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많은 곳에서 답지하는 후원금으로 지난 3월 공연을 올렸고, 현재까지 5만여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성과를 일궈냈다.

 오는 9∼10월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 LA 등에서 공연이 예약돼있고, 내년에는 유럽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 감독은 "앞으로 해외투자자들과 함께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 감독은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가는 길에 항상 사랑과 용서가 가득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공연은 앞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외국인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카고의 아들’을 2부로, 3부 또한 역시 기획 단계에 있는 시리즈의 시작일 뿐”이라고 고백했다. 김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