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을 호가하던 가장 비싼 개, 티베트산 마스티프(사자개)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중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기던 사자개의 열풍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5달러에도 팔리지 않는 신세가 되었다.

왜 그럴까? 중국에서 불고 있는 반부패운동이 마스티프 열기를 잠재운 요인 중의 하나다.

사자개를 기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부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마스티프 한 마리 사료 값이 하루 50∼60달러나 드는 것도 부담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반부패 드라이브는 현재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자동차를 선전하는 미녀들이 사라졌고 골프장도 텅텅 비었다고 한다.

사자개는 신라 김교각(697∼794) 스님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수호견으로 데리고 간 신라 개의 일종이라는 설이 있다. 중국 안휘성에 있는 중국 4대 불교성지 구화산에는 지장보살로 숭앙받고 있는 신라 성덕왕의 아들 김교각 스님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자개는 원래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양 떼를 지키는 목양견이었다. 사자처럼 털이 많고 갈기가 있는 사자개가 중국과 한국에서 악귀를 쫓는 동물로 여기는 것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 꽃은 튤립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값일 때도 있었다. 해상무역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암스테르담 상인들은 무늬와 색이 특이한 희귀종 튤립을 고가에 사들였다. 1630년 당시 목수의 1년 소득이 200∼300 플로린일 때 ‘셈페르 아우구스투스’튤립은 한 뿌리에 5,500 플로린에 거래되었다. 목수가 20년 가까이 일을 해야 겨우 한 뿌리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부자들이 튤립을 사들이고 값이 오르자 서민들까지 사재기에 가세했고 튤립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튤립 거품은 3년간 커지다가 1637년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튤립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화폐라 불리는 비트코인은 2010년 거래가 시작될 때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2011년 30달러를 넘어서더니 2013년 봄에 100달러로 뛰어올랐고 그해 연말쯤엔 1,20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몰려든 것은 값이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값이 오르면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리에 너도나도 몰려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21세기 튤립이라 할 수 있다.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나 일본의 경제침체는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했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찌 됐거나 멀쩡한 사자개를 금지옥엽처럼 애지중지하다 어느 날 갑자기 똥개 취급도 안해주니 까닭을 모를 사자개의 억울한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4·13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 지망생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편 가르기, 줄서기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인과 공직자들의 눈치작전도 치열해질 것이다. 전성기 때의 사자개 값이 될지, 폭락 시장의 튤립 값이 될지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김현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