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산책길에 누군가버린 개를 만났다.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발바리 종류였다. 추위와 불안감 때문인지 심하게 온몸을 떨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고 친밀감을 표시했지만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떻게든 집으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심하게 짖으며 개울로 내려가 버려 그냥 내버려 뒀다. 산책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개가 있던 곳을 확인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늘 아침 산책하는 길에 집에 있는 떡을 두 개 챙겨 어제 개가 있던 곳으로 갔다. 놀랍게도 개는 주인이 버린 사과상자 근처에 앉아 떨고 있었다. 좁은 개울이라 길을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다. 준비한 떡을 잘게 부숴 던졌더니 아픈 다리를 끌고 달려와 허겁지겁 먹었다. 굶은 상태에서 떡을 두 개 다 주면 체할 것 같아 하나만 주고 개울로 내려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심하게 경계했던 태도를 바꿔 꼬리까지 흔들며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머리를 쓰다듬자 눈곱이 지저분하게 달라붙은 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동물구조대에 전화를 하거나 유기견 센터에 신고를 할까 하다가 단념하고 말았다. 분양할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이 떠올라 당분간 내가 돌 볼 요량을 했다. 원각사에는 백구가 두 마리 산다. 관리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개사료와 물병에 물까지 얻었다. 그리고 개 이름을 목요일에 만난 인연으로 목요라고 지었다. 목요를 다리 밑으로 부른 다음 사료와 물을 주었다. 밤 서리와 추위를 조금이라도 면하려면 다리 밑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갈로 인해 목요는 게걸스럽게 사료와 물을 먹었다. 그리고 팽팽했던 긴장을 고무줄처럼 느슨하게 풀었다. 목요는 자신이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사는 게 팍팍해지고 뾰쪽해지면서 유기견이 늘고 있다는 것을 귀동냥이나 눈동냥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실제로 버림받은 목요를 보자 우리사회가 얼마나 비생명적이고 비인간적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자동차정기검사를 받고 귀가하는 길에 15키로 사료를 한 포대 샀다. 사료판매점 앞에 귤과 사과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집에 귤이 떨어져 귤을 한 상자 살까 한참 망설이다가 사료만 차에 실었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생명이 있는 것은 고귀한 존재이다.

우리 집에 개가 두 마리 있다. 수컷인 오늘이는 7년 전에 유기견 센터에서 분양받은 것이고, 암컷인 이쁜이는 고향집에서 자라다 부모님께서 이사하시면서 데려 온 것이다.

당장 목요를 집으로 데려올 상황이 아니라서 우선 먹을 것을 갖다 나르기로 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헌 이불도 갖다 깔아 주려고 한다. 이런 내 심산 속엔 부끄럽게도 이기가 달라붙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산책하는 것을 빼 먹고 싶은 날이 있다. 20년 넘게 혈압강하제를 먹고 있는 터라 아침산책을 운동 삼아 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주로 시상을 떠올리기 때문에 아침 산책은 내게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아침 산책을 거르지 않을 족쇄를 스스로에게 채울 필요가 있었다. 그 족쇄로 목요를 악용한 것이다. 목요를 굶기지 않으려면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일어나 산책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이런 행위가 목요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치하여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목요의 애잔한 눈빛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린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