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멍 때리고 앉아 있는 학생이 더러 있다. 멍 때린다는 말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정신을 놓고 멍하니 있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다.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거쳐 입학한 만학도는 공부하려는 의지와 달리 학습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열정만은 뜨겁다. 이와 달리 일부 학생은 목적 없이 되는 대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 학생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일류대학교 학생이 되는 것을 꿈꾸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지잡대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잡대는 지방에 있는 잡 대학을 이르는 말이다. 지잡대에 대한 기준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보통 지방에 소재한 대학으로 원서만 쓰면 합격하는 대학을 일컫는다. 최근 k대 글로컬 캠퍼스 모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지잡대 놈아”라는 말을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문처럼 새기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이런 콤플렉스를 극복하도록 격려하고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

지방대학도 지방대학대로 등위가 있다. 학생모집이 갈수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원서만 내면 합격하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현실적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교수는 학생을 섬기는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 왕왕 갈수록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 힘들고 교수질 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아니다. 학부나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가르치려면 인내와 사랑이 필요하다.

7년 전부터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논리적인 글쓰기 특강수업을 해왔다. 만학도나 편입생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생까지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첨삭하다보면 강의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서면첨삭을 해줘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연구실로 불러 개인적으로 대면첨삭을 해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문제 외에 학생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름방학 특강이나 정규 수업을 받은 학생에 대한 신상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겉은 멀쩡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 여러 가지 콤플렉스를 떠안고 있다. 이 가운데 이들이 가장 무겁게 여기는 것이 지방대학생이라는 꼬리표이다. 지방대학 모 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직장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자기 의지와는 별개로 마지못해 입학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 것인지, 적당하게 다니다 다른 대학으로 편입해야 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대한 고민이 참 많다. 이런 고민에 깊이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수가 해야 할 일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해야 한다.

난 변두리 지방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이 “지잡대 놈들”로 보이지 않고 들꽃으로 보인다.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고 향기를 내뿜는 들꽃! 먼지바람에도 때 묻지 않고 꿈을 꾸는 들꽃! 우리사회와 교회, 인류와 세계의 들녘에 피어 지지 않는 들꽃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