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의 엘렌 랭어 교수는 197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을 하였다. 그의 연구는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면 몸의 시계도 거꾸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출발하였다. 이 연구에서 랭어 교수는 8명의 노인을 20년 전의 환경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나이와 지능 등을 50대 수준으로 변화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10월 평균 나이 82세의 노인 5명을 대상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실험을 하였다. 그들은 30년 전인 1982년 10월의 환경으로 꾸민 공간에서 7일 동안 생활했다.

첫날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에서 78세의 할머니는 3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 ‘저는 48살입니다.’로 인사말을 시작하였다. 저녁에는 추억 속의 드라마인 ‘전원일기’를 시청하고, 아침에는 1982년 신문이 배달되었다. 책, 잡지, TV, 달력, 전화기, 사진기 등 소품들도 철저하게 그 시대 물건으로 꾸몄다. 그들은 세 가지 수칙을 지켰다. ‘우리는 지금 현재 1982년에 있고, 1982년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며, 모든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것이었다.

7일 동안의 실험이 끝나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참가자들은 시력, 청력, 유연성 등 신체기능에서 현저한 개선을 보였고, 언어 유창성이 월등히 좋아지는 등 인지기능에서도 믿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났다.

지팡이 없이 서너 걸음을 걷기 힘들었던 어느 참가자는 지팡이 없이 걸어다녔으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목주름이나 눈밑 주름이 개선되어 수술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마음 상태에 따라 건강과 노화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5명의 참가자들이 노화에 역행하게 된 비결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다.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면, 자기의 기분과 의사에 따라 하루를 구성하는 통제력이 생기게 되고, 무엇인가를 통제하고 해냈다는 행복감이 마음을 젊게 하였다. 이는 또다른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여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심리학 실험들은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미쳐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수명이 7년이나 늘어날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은 세월에 따른 신체의 변화보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노화가 스스로를 더 나이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반대로 젊은 시절의 환경과 생각 속에서 사는 것이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나이가 들면 늙는다는 생각 자체가 노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곳에 내 몸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어디에 마음을 놓던지 신체 또한 그곳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엘렌 랭어 교수의 결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나 보다. 70대 노인이 된 중국 초나라 노래자는 부모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어린애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고 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현재의 생활에 시달리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동창회를 찾고 그 시절로 돌아가 어울리며 좋아한다. 고향을 찾는 것도 이런 심리는 아닌지. 어쩌다 듣는 동요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김현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