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2일 밤 중국 텐진항에서 컨테이너 야적장을 관리하는 루이하이(瑞海)회사의 화학물질 보관창고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200여명의 사망·실종자와 7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폭발 충격으로 주택 1만7000채, 기업체 2300여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자동차 1만여 대도 불에 타거나 손상돼 재산피해는 모두 수백억 위안(약10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사고를 보도한 외신 등에 따르면 텐진항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으며 1천만 텐진 시민들은 사고로 인한 공포, 불안 등으로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폭발사고 원인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은 폭발성이 큰 맹독성 물질로서 사람이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물질이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폭발사고는 사소한 취급부주의가 부른 인재가 아닐까 한다.

문제는 톈진(天津)항 화학물질 창고의 폭발 사고를 계기로 화학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중화학 산업단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비 노후화 등으로 화학 사고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2012년 구미 불산사고 이후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우리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학사고는 2013년 87건에서 2014년 104건으로 20% 가량 늘었으며, 전북지역도 지난 6월 군산에서 발생한 염화규소 누출사고를 포함해서 최근 5년동안 12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석유화학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여수·대산 등 화학단지 공장들 가운데 지은 지 40년이 넘어 노후한 설비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낡은 배관과 밸브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실제 올해 상반기 발생한 화학사고 중 40% 가량이 노후설비 때문이라고 한다. 노후화 된 설비는 사업주가 적기에 개선해야 되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되면 사업장에서는 해당 내용을 관계 기관에 통보하여야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장에서는 대외 신인도 추락과 사회적 지탄 등을 이유로 은폐하게 되고 이것은 사고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바스쿠트 툰칵 유엔 위험물질·폐기물 담당 특별조사관은 이번 텐진 폭발사고에 대하여 “사고를 완화하거나 어쩌면 막을 수 있었던 정보가 필요할 때 없었다는 것은 정말 비극적“라고 말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정보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화학물질 사고에 대하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업장의 화학물질 정보공개률은 20%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최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는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화학물질 등이 유출될 경우 이를 인근 마을 주민에게 신속히 알릴 수 있는 무선방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텐진항 폭발사고를 거울삼아 우리도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기업들도 노후시설에 대한 진단과 투자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정보공개율을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중심의 관리대응체계를 확립해 사고예방과 대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