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본색원(拔本塞源)은 ‘春秋左氏傳’昭公九年條가운데 주왕이 한 다음과 같은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에게 백부(伯父)가 계신 것은 마치 옷에 갓이 있는 것과 같다.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어야 하듯 백성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어야 한다. 백부께서 만약 갓을 찢어버리고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으며[拔本塞源], 오로지 지혜로움을 버린다면 비록 오랑캐들이라도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른 出典은 명나라 때 철학자 왕양명(王陽明)이 쓴 ‘발본색원론(拔本塞源論)’이다. 사사로운 탐욕은 근본부터 뽑고 근원을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범죄나 범죄 조직을 뿌리째 뽑는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얼마 전 모 공군참모총장이 군 내부에서 자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발본색원하라는 지휘서신을 내려 보냈다는 보도를 들었다. 지휘서신은 군에서 지휘자가 작전이나 공적인 업무를 문서를 통해 부대원에게 내려 보내는 글이다. 그런데 모 총장은 비리의혹을 제기한 기사에 등장하는 제보 인터뷰를 한 인물을 찾으라고 공군 헌병대에 지시하였다. 공군 헌병대는 음성을 변조한 인터뷰 파일을 복원해 각 부대 헌병대에 내려 보냈다고 한다.

내부고발자보호법은 조직 내에서 일어난 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내부고발자 보호법은 영미법에서 발달하였다. 정의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라 하여 휫슬블로어(whistle blower)라 부른다.

내부고발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저지른 부정부패와 비리를 발견하고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다. 공공부분과 관련하여 ‘부패방지 및 국민 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와 같은 5개 분야, 180개 법률을 어긴 경우에 공익 침해 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학교 급식이 위생상태가 불량한 문제는 신고해도 현행법상 내부 고발자로 보호받지 못한다.

공익신고자 법에 규정한 180개 법률에 금융실명거래법이나 학교급식법을 포함시키지 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부 고발자 보호를 신청했을 때 실제로 받아들이는 사례는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보호 여부를 권익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이미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한 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면 사회구성원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고 분배를 공정하게 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합의한 절차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선 적용해야 할 법이 엉성하여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지 못하면 유명무실에 불과하다. 내부고발자는 상대적으로 약자가 대부분이다. 이 땅에 사는 힘깨나 쓰고 돈깨나 가진 사람 대부분은 기득권에 집착하여 법망을 빠져나가는데 상당한 고수들이다.

사성장군은 장성급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장군이다. 공군참모총장은 공군에서 최고 선임자이다. 이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헌병대를 동원하여 발본색원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말을 주왕과 왕양명이 들었다면 자신이 말한 의도를 잘못 해석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다. 이 말을 오늘날 범죄나 범죄 조직을 뿌리째 뽑는다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별은 맑고 은은하게 빛날 때 별답고 아름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