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저에게 많은 것을 줬습니다”
여성 택시기사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첫 번째로 떠올리는 생각은 ‘힘들겠다’다. 19년째 전주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수민(57)씨 역시 힘든 직업이라는 것에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택시는 홀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지금은 삶의 기쁨이다.

그녀가 처음 운전대를 잡은 것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995년, 시어머니의 몸이 안 좋아 병간호를 하던 차에 남편까지 병을 얻었다. 아이 셋을 키워야 했고, 두 사람의 병간호까지 병행해야 했던 이 씨의 하루하루는 버거웠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생활하던 중 이씨는 남편과 더불어 시어머니와도 안타까운 이별을 겪어야 했다.

아이 셋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이씨는 개인택시를 하던 친오빠를 따라 운전대를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빠의 만류가 컸다. 위험한 직업이고, 특히나 여성으로서 택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씨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해 바로 택시회사에 입사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택시운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뺑소니를 당하기도 했고, 택시강도까지 만났다. 뒷좌석에서 흉기를 드미는 범인을 만난 이씨는 다행히 신호대기 중에 운전석을 뛰쳐나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려요. 충격이 너무 컸고, 여러 안 좋은 일들이 겹치면서 회사까지 나오게 됐어요”

회사를 나오고 지인의 소개로 개인택시를 바로 계약한 이씨는 그 때부터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됐다.

우선 개인택시 기사들의 불교모임부터 가입했다. 모임을 통해 독거도인 도시락 배달 봉사를 시작했고, 나누는 삶에 대한 큰 기쁨을 느꼈다. 이후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모범협회에 가입했다. 모범협회는 모범택시를 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곳이지만 그 활동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매주 2~3회씩 교차로 등지에서 교통질서 활동도 해야 하고, 봉사활동, 캠페인 활동까지 병행해야 한다. 이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해야만 모범택시 기사로서의 자격이 유지된다. 현재 이씨는 이 모범협회 활동을 8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택시는 그녀에게 뗄 수 없는 존재다.
우선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이다. 오히려 일을 하지 않으면 우울증을 겪을 것 같다는 이씨는 “운전자체가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손님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일상의 피로를 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에게 택시는 삶의 소중한 존재다.

이 씨는 “택시기사라는 직업이 물론 힘든 일이지만 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택시로 아이들 대학까지 교육도 시켰고, 시집, 장가도 보냈으니 더할 나위 없는 보람입니다”며 웃어보였다.

모범택시 기사란

모범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무사고 운전자여야 한다. 개인택시를 몰기 위해서는 무사고 3년이라는 기본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택시 기사는 무사고 경력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후 모범택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범협회게 가입해야 한다. 모범협회에서는 경찰들과 협조해 교차로 등지에서 교통질서 활동을 하고, 다양한 교통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과 더불어 교육이수도 해야 한다. 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모범택시 기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