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생활의 리듬

수필가 허성배

 어느 일요일 아침에 마침 연락할 일이 있어서 H씨한테 집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의 부인이 전화를 받으면서 하는 소리가 “우리집 양반이요? 토요일 오후만 되면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낚시터로 가 버리는데요!”하고는 푸념 섞인 하소연을 늘어놓더니 “휴일이면 집에서 좀 있도록 하는 무슨 묘안이 없을까요?”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낚시 같은 건전한 취미만 가지면 좋지요. 저는 그런 취미조차 없어 휴일이면 집이나 다방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데요.”라고 부러운 듯 이야길 했더니 “아이구 모르는 말씀 마세요. 일년 열두달 휴일이면 집에 붙어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 줄 아셔요?”라고는 또 다시 불평 섞인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사는 걱정이 없어지자 휴일이면 등산이다 낚시다 또는 테니스다 해서 정신없이 줄달음을 치고 있어 ‘일요일 과부’라는 새말까지 생겨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 주부들의 불평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자들이 그런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탓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생활의 여가를 즐길 줄 아는 건전한 취미조차 없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만을 왔다 갔다 하는 기계적인 생활을 일년 열두달 반복한다는 것은 생활의 리듬이 없는 삭막한 생활이 아닐까. 그러므로 자기 취미를 가지고 자기 영역을 지니면서 거기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주 만나는 K씨가 있다. 이 친구는 만나기만 하면 하는 소리가 “이 사람아 뭐 재미있는 일 없나?”하고 묻는다. 취미 생활이 없으니 무료해서 하는 소리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또 요즈음도 어떤 친구들은 만나면 죽자하고 화투만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심심풀이라 하더라도 친구들의 돈을 따 먹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지만 잃는 사람의 심정도 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보다는 건전한 자기 취미를 가지고 열심히 몰두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낚시, 테니스, 등산 등 모두가 좋은 취미들이다. 유쾌한 휴식은 내일의 큰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체적인 휴식도 좋지만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는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색하며 독서를 하는 가운데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도 좋은 일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 50이 넘으면 죽음의 선후배가 없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좀더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좋은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어디 초상난 집 없나.”하고 만나자마자 묻는 사람이나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하고 묻는 친구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낚시 말만 나오면 입이 벌어지는 친구, 등반 이야기가 나오면 마치 원정대장이니 된 듯 떠들어대는 친구, 테니스 이야기를 하면 팔부터 휘젓는 친구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생활의 리듬을 아는 생활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 자신 아직 그런 취미생활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