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속 일본은 누구인가?

전북대학교 바이오식품연구센터 산학협동 조교수 유남희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한,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1차 6자회담이 개최된 이후로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기나긴 협상이 진행된 끝에 마침내 지난 2월 5차 6자회담을 통해 2.13 공동성명이라는 중대한 협상타결의 결실을 보았다. 이번 합의문의 내용이 향후 얼마나 약속된 수준까지 이행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나, 이번 협상타결로 9.19 공동성명의 이행 뿐만이 아니라 이전의 북한 핵시설폐쇄보다도 한 단계 진일보한 핵불능화단계까지에 합의가 이루어진 점은 실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간 미국 부시 행정부내 딕체니 등의 대북강경파에 의해 위태로워보이던 북핵협상이 콘돌리자 라이스 등의 온건파에 의해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금번 6자회담의 타결로 대부분의 회담참여국이 상당부분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중에서도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한국은 그간 북한과 미국의 끊임없는 반목과 불신을 극복하도록 하는 창의적인 중재역할을 수행하여 이번 회담타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하여 국제사회에 한반도 위기의 평화해결을 위한 외교적 지위를 튼튼히하며 북핵불능화에 상응한 북한 지원에 국제사회의 공동참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이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하여 국내외적으로 많은 공세에 시달리던 차에 북한문제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해결하여 큰 부담하나를 덜어낸 듯한 모습이고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협상타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과 한반도 문제에 관한 영향력을 인정받는 결과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또한 자국의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부채탕감까지를 제시하며 협상타결을 위한 대승적 노력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이다.

다만 금번 6자회담을 통하여 협상타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참가국이 다름아닌 일본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적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의한 자국민의 납치문제를 끝까지 연계하며 참가국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더니 공동성명에 이르러서도 식량 및 에너지지원 동참을 연기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북한의 13명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총리 방북시 북한이 인정한 바 있는데, 이러한 사실고백과 사죄를 통해 양국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랐던 북한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일본내에 북한에 대한 거센 비난만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멀쩡한 다른 나라 사람을 납치해간 북한의 태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참으로 비도덕적인 행위이기에 이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나, 일본은 누구인가? 1937년 중일전쟁시작부터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종결시까지 우리 민족 수십만명을 강제징용으로 그들의 야만적 전쟁터에 내세우고, 이도 모자라 12세부터 40세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많은 순결한 여성들을 전쟁터의 위안부로 내세운 차마 인간으로서 용서하기 힘든 죄과를 가진 전범국이 아니던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난달 미국의회 청문회에서 절규로 증언하는 80대 위안부출신 노파의 한이 서린 일본정부를 향한 사죄요구에 등돌리며 책임이 없다던 그들이, 어찌 13명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볼모로,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좌우하는 국제적 협상에까지 앙탈(?)을 부렸던 것인지 필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질책과 책임요구는 당연한 이치이나, 자신이 저지른 더 큰 과오와 만행에 대한 진심어린 인정과 사죄가 먼저 아니겠는가? 이를 통해서만이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선진국가로서 일본이 설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일본의 양심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