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는데

  오  현
(수필가, 군산예총 사무국장)

겨울이 가고 새봄을 맞았다. 천지가 새롭게 움직이는 것 같다.
땅을 헤집고 나오려는 새싹들의 가녀린 몸부림도 있다.
일정한 장소에서 윤회(輪廻)를 거듭하며 작은 나무의 잔가지를 큰 나무의 가지로 자라게 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봄을 맞게 된 것이다.
3월은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유럽의 봄이 5월과 함께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3월에 봄기운을 느끼게 된다.
초목이 물기 머금고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봄날을 “따뜻한 볕이 몸을 간지른다.”라고 비유한다.
수줍은 봄 색시로 묘사되는 진달래는 절제, 개나리는 희망, 모란은 부귀, 살구는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 봄꽃이 그 것 뿐이겠는가!
민들레, 복숭아, 금낭화, 그리고 하찮다고 여기는 들꽃 등 수십 종의 꽃들이 봄을 화려하게 수놓을 것이다.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고 겨울을 거쳐야 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도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선대의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그 사람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명성만을 부러워하거나 한걸음 더 나가서 질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현재만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과거까지 함께 본다면 상대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자신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고 나니까 유명해졌다고 큰소리 친 어느 문인도 사실은 피나는 창작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휴전선을 방문하고 돌아온 어느 시인은 이런 시를 썼다.
「그러나 누가 묻거든 대답하라/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피로써 쌓아올린 선물이라고…」
산과 들판의 기운이 어제와 다르고 여인들의 옷차림과 얼굴 표정이 더욱 화사해지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감상하지 않아도 마음이 두근거려진다.
봄은 새롭고 발랄함을 뜻하며 새 희망과 약동의 출발을 상징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유혹도 많다. 마음이 풍선처럼 들뜨는가 하면 게으름도 피워진다. 지나치게 마음이 풀려서 나태해지기도 한다.
3월의 빛깔은 희망이다.
“희망은 가난한 자를 먹여 살린다.”라고 말을 한다.
희망이 물거품같이 사라진다 해도 거기에 매달려야 하는 인간을 비관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것이다.
겨울을 털어내는 기지개를 켜면서 희망을 호흡해야 될 것이다.
봄을 느끼고 사랑하며 활용할 줄 아는 사람만이 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서 돋아나는 새싹처럼 활기찬 새봄을 맞이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