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한파'가 매섭게 불고 있다. 불경기에 기부 단체 불신이 더해지며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며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기부단체나 수혜자들의 잇따른 기부금 횡령 사건으로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열매 성금 일부를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 등 공동모금회 관련 각종 비위가 밝혀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유흥주점, 나이트클럽 등에서 국민이 기부한 기부금을 사용했고, 결국 그해 사랑의 온도탑 행사는 취소됐다.

또한 최근에는 딸의 수술비로 기부 받은 후원금 12억 원으로 호화 생활을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결손 가정 아동 기부금 127억 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이 있다.

또한 '깜깜이 기부' 역시 기부 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 현행법상 기부 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돼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기부금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45)씨는 “국민이 낸 복지성금을 유흥으로 펑펑 탕진한 사건들을 보면서 기부에 대한 불신이 많다”며 “기부자들의 알 권리를 강화할 노력은 하지 않고, 화려하게 무슨 행사니 하면서 수십억 목표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신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외된 이웃에게 돌아간다. 기업들의 ‘자의반 타의반’ 기부를 받는 대형 기부단체들은 수십억의 목표액을 손쉽게 달성하고 있지만, 개인들의 기부가 절실한 영세 기부단체들은 올해에도 ‘기부 한파’가 매섭다.

도내에서 기초생활수습가구 2529개소, 독거 및 한부모 등의 소외가구 2188개소, 차상위가구 1062개소, 일반‧기타 686개소에 생존을 위해 연탄을 제공하는 밥상공동체 전주연탄은행은 지난해 연탄 100만장 목표의 겨우 60%에 그쳤다.

올해에도 연탄 나눔을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21일 현재 아직 목표의 5%인 5만장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전주연탄은행 윤국축 대표는 “생존을 위해 연탄 한 장 아껴 써야 하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실제 연탄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기부자가 직접 전달할 수 있지만, 기부문화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온정의 손길이 점점 줄어 간다”며 “꼭 현금이나 연탄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 등 봉사와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김명수기자